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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여행 갈 때는 생존에 필요한 한국 식재료를 조금 가져가자.

해외여행 갔으면 현지 음식을 먹어야지, 무슨 프로답지 않게 된장이니 고추장이니 하냐고? 더구나 옷만으로 캐리어가 꽉 찼는데 무슨 말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국 식재료를 가져가는 건 더욱 다채롭고 재미있는 한 달 살기의 핵심이다.

 한국은 바다와 산이 있고, 사계절이 뚜렷하며, 정주민의 역사를 기반으로 커왔다. 이 때문에 한국은 육해공에서 나는 각종 식재료가 다양하고, 정주민인 만큼 장독대나 창고를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어 발효음식이 발달했다. 반면, 중앙아시아는 유목민 문화를 계승하였기 때문에, 발효음식이 많지 않고, 밀가루와 고기가 주요 식재료이며, 나머지 재료들은 부차적으로만 사용된다. 된장찌개에 밥만 먹어도 기본 찬이 3개 이상 깔리는 한국사람이 중앙아시아에 가면, 음식이 단조롭다고 느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잠깐 머무는 여행이라면 중앙아시아 음식만으로 향수병이 나지 않겠지만, 한 달 살기를 목적으로 한다면 한국의 맛이 그리울 때 바로 조리할 수 있도록 현지에서 구하기 힘든 식재료는 가져가자.

  입맛이 까다롭지 않아도, 한국 식재료를 가져가는 건 중앙아시아에서 쇼핑하는 재미를 더해준다. 입맛에 맞는 양념을 구비하고 있으니, 중앙아시아의 야채들을 응용 가능하다. 식당에서 외식을 할 때는 보이지 않았던 시장의 다채로운 채소와 과일들이, 음식을 해 먹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마구마구 보이기 시작한다. 싱싱한 토마토, 오이, 감자, 양배추가 한식 식재료를 만났을 때, 비로소 중앙아시아의 채소 과일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싱싱하고 맛있는지 상상해 보라. 

  한식 식재료를 가져가는 건 현지 친구들과의 교류에도 큰 도움이 된다. 양념만 조금 가져가도, 한식 파티를 열 수 있다.! 현지사람들에게는 비싸고 생소해서 가지 못하는 한국식당을, 우리 숙소에서 열어준다면? 현지인들에게 한국인이 자신의 집에 초대해서, 드라마에서 보던 한국음식을 해준다면 그보다 더한 우정 쌓기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한식이 그리워서 생기는 지출을 막을 수 있다. 중앙아시아가 물가가 싸다고, 현지 한식당도 물가가 쌀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 중앙아시아에는 한식당이 적을 뿐더러, 그나마 있는 한식당도 재료를 한국에서 공수해 오기 때문에, 음식은 한국물가가 반영되어 있다. 하루 이틀 한식당을 들르다 보면 한 달 살기의 예산이 많이 들 수 있다. 

 

- 가져가야 할 양념
고추장 : 중앙아시아는 오이, 파프리카 등 야채가 정말 싱싱하다. 현지 음식점에서 외식을 하다 보면 빵과 고깃국 위주의 식사를 할 때가 많은데, 그러다 보면 싱싱한 감칠맛이 그리워지기 쉽다. 이럴 때 필요한 건 고추장. 시장에 가서 오이와 파프리카, 당근을 사서, 깨끗이 씻고 칼로 듬성듬성 자르자. 그 후 고추장에 찍어먹으면, 중앙아시아 야채의 싱싱한 맛을 맛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입맛을 돌게 한다. 쌀 사다가 밥만 해서, 오이채 쓱쓱 썰어 넣고 고추장에 비벼먹으면 또 어떤가. 고추장만으로도 한식당을 바로 소환할 수 있다.  

 

된장 : 맛있는 된장 하나 있으면, 중앙아시아의 야채들이 더 가깝게 다가온다. 시장에서 양파와 감자, 노란 당근을 사서 대강 썰자. 버섯까지 있으면 좋지만, 버섯은 생각보다 구하기 쉽지 않다. 된장 조금 풀고, 푹 끓이면 현지 야채를 만난 된장찌개 완성! 싱거우면 간장이나 소금으로 간을 맞추자.

 

간장 : 키르기스스탄에서도 큰 마트에 가면 중국이나 일본에서 온 간장을 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일본간장이나 중국간장으로 한국 간장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은 아마 이미 눈치챘을 것이다. 올리브유를 프라이팬에 두르고, 썰어놓은 양배추, 당근 감자, 양파를 투입하자. 찬밥을 투입하고, 간장으로 살짝 간하면 한국식 볶음밥 완성! 중앙아시아에 이미 볶음밥이 있는데, 뭣하러 간장으로 볶음밥을 할 필요가 있겠냐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기름밥'이라고 불릴 정도로 기름 철철 느끼한 플로프를 먹다 보면 왜 한국식 볶음밥이 필요한지 알게 될 것이다. 간장은 볶음밥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김치에도 들어가고, 각종 국에도 들어간다!

 

고춧가루 :

1) 김치 만들기 

한 봉지만 있어도 여러 번 김장을 담가 먹을 수 있다. 아니, 중앙아시아까지 가서 무슨 김장이냐고? 중앙아시아의 느끼한 음식들을 먹다 보면, 자신이 비로소 한국에서는 먹지도 않았던 김치를 그리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플라스틱 통 하나를 사고, 배추도 하나 사자. 배추를 깨끗이 씻고, 칼로 대충 잘라 소금을 팍팍 뿌려 하루를 절이자. 배추가 충분히 절여지면, 여기에 고춧가루와 간장을 뿌리면, 젓갈 없이도 김치 완성! 배추 한 포기로 김치 한번 만들면 밥과 김치 이렇게 일대일로 먹으며 3일을 버틸 수 있다. 김치를 만들어 놓고 오랫동안 먹지 못했으면, 익은 김치를 가지고 김치볶음밥을 만들자!

2) 매운맛 강렬한 배달음식 만들기

중앙아시아는 매운맛이 별로 없다. 한국에서 온 우리는 때로 강렬한 맛이 떠오른다. 이렇게 MSG 강렬한 배달음식이 그리울 때 고춧가루만 있으면 고민 끝.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양파를 휘휘 볶자. 물론 부수적으로 감자나 당근, 양배추를 추가로 넣어도 좋다. 야채가 어느 정도 숨이 죽으면 간장을 넣고, 고춧가루를 2큰술 정도 뿌리자! 그러면 MSG맛 나는 야채볶음 완성. 밥도둑이 바로 이것이구나 할 것이다. 

 

여력이 더 있다면 챙겨가세요. 

춘장 : 한국사람들은 가끔 짜장이 당긴다. 이럴 때는 춘장 하나면 뚝딱 해결!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양파와 감자를 충분히 볶는다. 양파에서 갈색빛이 나고, 감자는 젓가락으로 푹 들어가면 다 익은 것이다. 감자전분까지는 필요 없다. 어차피 감자를 볶으면 거기서 끈적끈적한 진액이 나온다. 거기에 춘장을 풀어서 넣고, 물을 살짝 붓고 끓이면 한국식 짜장 완성! 미리 해놓은 밥이나 라면사리에 짜장을 얹어먹자. 

 

 

- 가져가야 할 식재료 

미역 : 

중앙아시아는 바다가 없는 내륙국가다. 해조류의 불모지인 것이다. 중앙아시아 자체가 해조류의 수요가 없다 보니, 해조류는 큰 마트에 가도 구하기가 힘들다. 한국슈퍼에나 가야 미역을 구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수입이기 때문에 비싸다. 한국에서 한 봉지 사가면 미역을 두고두고 먹을 수 있다. 미역국만 해 먹어도 한달살이는 충분하다. 미역된장국, 미역국, 미역냉국, 미역밥... 미역 한 봉지만 사갔을 뿐인데, 한식당이 그립지 않다니!

 

다시마

꼭 필요한 건 아니나, 국물맛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조금 잘라서 가져가자! 요리비숙련자이면서 미식가인 사람은 시중에 육수 한 알이라는 멋진 상품이 나왔다. 이걸 가져가도 좋다. 

 

돌김 :

김밥김은 간혹 한인마트에서 팔기도 한다. 물론 한국보다 훨씬 비싸다. 큰 마트에서는 일본 초밥김이라고 일본산 김을 팔기도 한다. 나는 조미김이나 김밥김을 잘 먹지 않고, 돌김을 좋아하는 편이라 돌김을 하나 사가서 유용하게 먹었다. 생김을 어떻게 먹냐고? 돌김을 먹는 것만큼 쉬운 일이 없다. 굳이 굽지 않아도 햇빛에 이미 충분히 말린 돌김은 그냥 먹어도 맛있다. 볶음밥을 했으면 돌김을 찢어서 토핑처럼 먹고, 반찬이 없다면 돌김을 쫙쫙 찢은 후 간장이랑 기름만 섞어서 먹어도 김나물이 된다. 입맛 없는 날에는 밥을 돌김에 싸서 간장 찍어먹거나, 김치와 함께 먹으면 제맛!

 

중앙아시아에 이건 없어요.

젓가락 :

중앙아시아에서는 포크와 숟가락을 사용한다. 젓가락을 평소 사용해 왔던 사람들에게는 젓가락이 없는 생활이 은근 불편하다. 해 먹고 살 작정이라면 젓가락은 센스 있게 조금 가져가자!

 

고구마 :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고구마의 맛을 알면 고구마를 분명히 재배할 텐데... 떠날 때까지 의문이었다. 왜 고구마를 팔지 않는 것인지... 고구마 마니아라면, 고구마를 한국에서 충분히 먹고 가자.

 

단호박 :

 현지에서 파는 호박은 늙은 호박맛에 가까웠다.  단호박 마니아라면, 단호박을 한국에서 충분히 먹고 가자.

 

두부 : 

일부 고려인 반찬가게에서 팔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파는 두부 생각했다가는, 실망할 수 있다. 두부는 과감하게 포기하자. 대신 두부를 대체할만한 식재료가 있으니 그건 바로 콩! 두부가 맛있다는 건 어디서 느끼나? 그건 바로 염분이다. 소금을 적당히 쳐야 두부도 맛있는 것이다. 즉 두부는 간단히 말해 콩과 소금의 조합이다. 이걸 안다면 두부를 대체할만한 단백질을 만드는 건 식은 죽 먹기다. 콩을 미리 불리자. 불린 콩을 끓는 물에 넣고 냄비 뚜껑을 열고 익힌다. 냄비 뚜껑을 열고 끓여야 콩에서 비린내가 덜 난다. 익히고 난 뒤 물은 모두 따라버리고, 익은 콩에 소금을 뿌려 간을 한다. 이제 소금만 뿌린 콩을 먹는다. 반찬도 필요 없다. 고소하고 맛있다. 

소금 뿌린 콩으로 입맛이 안 채워진다면, 또 다른 대안이 있다. 그건 바로 키르기스스탄의 규모가 큰 마트에서 파는 중국산 푸주! 푸주를 하루 동안 물에 담가놓고 불린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양파를 까서 갈색빛이 돌 때까지 들들 볶는다. 하룻밤 사이 불려진 푸주를 댕강댕강 썰어서 함께 볶으면 푸주 볶음 완성.

 이래도 두부가 생각나는가? 조금만 참아라. 기껏해야 한달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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