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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아이비에커가 데려간 곳은 아무르 티무르 박물관이었다. 티무르왕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 이름은 매우 익숙했다.
중국 서안을 떠난 이후 나는 아이비에커가 그리워, 한국 대학교를 복학하고 나서 6개월 만에 다시 우즈베키스탄 여행을 계획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당시 우즈베키스탄 비자는 한국과 깊은 수교 관계가 없어서 비자 발급이 여간 까다로웠다. 당시 1달 여행비자가 13만 원이었고, 더 길게 있으려면 현지에서 유학이나 비즈니스 명목으로 현지 기관의 초청장이 있어야 했다. 대학교 3학년이 취업을 앞둔 시점에서 토익이나 경력 쌓기에 몰두해야 할 시점에 우즈베키스탄이라니... 내가 봐도 부모님께 드릴 말씀이 없어, 어떻게 하면 우즈베키스탄에 갈 수 있을까 알아보다가 현지 영어 연수를 할 수 있는 학교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현지 학교에 초청장을 발급해줄 수 있는지 이메일을 보냈었지만, 현지 학교의 학비가 생각보다 너무 비싸고, 응답도 없었다. 내가 아이비에커랑 결혼할 것도 아니고, 사랑에 빠져 우즈베키스탄에 가는 건 대학생인 내가 봐도 어처구니없었다. 명분도 없고, 아이비에커에 대한 확신도 없고, 또 현지 비자 문제도 협조를 해주지 않았다. 아이비에커는 내가 우즈베키스탄에 올 날만 절실히 기다리면서 절절하게 메일로 언제 오냐고, 꼭 오라고 기다린다고 썼지만, 나는 가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한국에서 인도까지 육로 여행을 떠났었다. 혹시 중국, 티베트, 네팔, 인도 근처에 가면 아이비에커가 거기까지 올 줄 알고... 예나 지금이나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해외 비자발급이 매우 제한되어있다. 지금 생각하면, 아이비에커가 해외여행 중인 나를 찾아온다는 기대 자체가 말도 안 되었다. 게다가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의 현지 월급이 50만 원 밖에 안 되는데, 현지 물가를 생각하면 돈도 안 버는 대학생인 아이비에커가 나를 찾아올 돈은 더 없었을 것이다. 나는 여행 내내 전화방에 가서 아이비에커한테 전화를 걸었고, 아이비에커는 나에게 나의 애칭이었던 'Takito'라고 부르면서 인사를 나누었다. 서로 너무 그리워했던 나날들이었다.
우즈베키스탄에 갈 수 없는 상황때문일까? 나는 언제부터인가 우즈베키스탄이 너무 그립고, 궁금해졌다. 한국에서 우즈베키스탄 하면 국제결혼 밖에는 키워드가 없었고 정보도 너무 없었다. 나는 그리운 마음에 수업 중간 중간에 학교 도서관 영상실에 가서 2005년에 개봉한 영화 나의 결혼 원정기를 여러 번 봤다. 나의 결혼 원정기는 농촌 총각들이 우즈베키스탄에 가서 우즈베크 여인들과 국제결혼을 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을 다룬 영화였는데, 영화 사이사이 우즈베키스탄 현지 도시풍경이 배경으로 나왔다. 나는 영화 속 농촌총각들의 연애 서사에는 관심이 하나도 없었다. 그 영화 속에서 우즈베키스탄의 카페, 우즈베키스탄의 거리, 우즈베키스탄의 공원 등이 나왔을 때 영화 화면을 정지해놓고, 아이비에커가 사는 곳이 저렇게 생겼구나 눈에 담고 가슴에 담았다. 그 후로도 세계테마기행이나 걸어서 세계 속으로 등 우즈베키스탄이 조금이라도 나왔다 하면 영상물들을 찾아보았다.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영상물이 너무 없는 나머지, 제한된 자료들을 보고 또 보았다. 그래서 인지 티무르 광장은 이미 와본 느낌까지 들었다.
사랑은 그리움을 남겼고, 그리움은 궁금증으로 바뀌었고, 그 궁금증은 세월이 지나 무뎌지면서 티무르라는 키워드만 나에게 남겼다. 그 티무르 광장에 내가 오다니... 아이비에커는 알까? 내가 왜 티무르 왕에 익숙한지, 내가 얼마나 우즈베키스탄에 오고 싶어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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