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한국 물품이 있었던 아이 방 

 식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을 때, 플로프가 나오기 전 아이비에커 아버지는 우리에게 집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첫 번째는 주방 옆 아이비에커 딸의 놀이방이었다. 아이비에커 와이프가 집에서 삼시 세 끼를 준비해야 하는 관계로, 아이의 놀이방이 주방 옆에 있는 듯했다. 바닥의 스펀지 깔개나 울타리 등은 모두 한국 제품으로, 아이가 태어나자 한국 인천에서 공부하는 처남이 택배로 보내줬다고 한다. 나는 정말 놀랐다. 작은 아이의 옷이나 모자도 아니고, 저렇게 부피가 큰 바닥 깔개와 울타리를 한국에서 국제 배송으로 선물했다니... 우체국 EMS로 보내려면 우즈베키스탄은 제3 국가로 분류되어 1KG 보내는데도 34,000원이 드는데, 도대체 한국에서 학사 공부하는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처남이 돈이 어디서 나서 한국의 유아 용품을 굳이 택배로 타슈켄트로 보낸다는 말인가? 그리고 한국 육아 제품들은 거의 MADE IN CHINA일텐데, 제품들이 중국 갔다 한국 상표 붙여 우즈베키스탄까지 왔다는 사실이 좀 비효율적으로 느껴졌다. 

 

우체국EMS가격표(https://ems.epost.go.kr/front.EmsDeliveryDelivery02.postal)

 나 또한 출산을 한 여자 입장에서, 아기 용품은 아기가 커가는 순간순간 찰나에 잠깐 쓰는 것이기 때문에, 중고용품으로 누군가 쓰던 것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이 옷도 내 돈으로 산 게 거의 없을 정도였다. 요즘은 당근 마켓에서의 거래가 활성화가 되어 있다 보니 더욱 아이 용품에 대한 중고 거래가 더욱 쉬워졌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공부하는 처남이 한국에서 육아용품을 사서 보내는 상황이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나중에 유튜브 우즈벡 라이프를 보면서 우즈벡 문화를 이해하고 나자 그때 본 한국 육아 용품들이 이해되었다. 우즈벡 라이프에 의하면, 아이가 태어나면 출산 축하 음식, 출산 선물, 아기 선물, 손님 접대 등 모든 것을 친정집에서 준비해야 한다고 한다. 심지어는 친정 집에서 시부모님과 남편이 입을 옷까지 모두 친정엄마가 준비해야 한다고 한다. 선물을 제대로 안 해가면 시어머니가 책망을 줄 수 있다고 하며, 아이를 낳으면 남편이 처가에 가서 Suyunchi수인치라는 축하금을 요구하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 아이비에커네 처남도 역시 이러한 일환으로 출산한 누나에게 출산 축하 선물을 대규모로 한국에서 새것으로 사서 보낸 것이었다. 전통이라니 할말은 없다만, 힘들게 애낳은건 며느리인데, 육아용품 덤터기를 친정엄마가 써야한다니... 현지 여자들은 이걸 전통이라고 순응하고 있는건가. 

 

 

 

호화로운 지하실 구경 

 지하실은 화려함의 극치였다. 계단을 내려가 보니 벽면 장식에는 중국에서 받아온 수많은 장식품들로 빼곡했다. 서안에서 자주 봤었던 병마용 장식품, 실크로드 장식품들이 별도의 조명과 함께 전시가 되어 있었다. 

 지하에는 큰 방이 3개 있었는데, 하나는 거대한 당구대가 천이 씌워져 있는 채로 배치되어 있었다. 당구 마니아가 아니면 이렇게 큰 방을 당구대로 꽉 채우진 않았을 텐데, 아무래도 집의 누군가 당구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듯했다.  두 번째 방에는 헬스장이 있었다. TV를 보면서 러닝머신을 할 수 있게 설치가 되어 있고, 철봉이나, 윗몸일으키기 등 여러 헬스기구들이 여러모로 배치되어 있었다. 그중에는 사람모형의 파란 샌드백도 있었는데, 사람을 때리는 스포츠를 즐기지 못하는 나로서는 샌드백 인형이 너무 낯설었다. 그런데 아이비에커네 부모님이나 아이비에커 모두 현재 체형을 보면 정기적으로 운동하는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세 번째 방은 넓디넓은 소파가 있는 영화관으로 조성되어 있었다. 

 집을 보니 아이비에커는 진정한 부르주아 출신 자녀였던 것이다. 예전부터 이 집에 살았던 모양인지 바허도 이 집에 자주 놀러 왔다고 한다.  

 나는 집의 호화로움에 진정으로 놀랐지만 티를 내지 않았는데, 엄마는 우와하고 놀라면서 연신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댔다. 나와 동반한 성제 오빠는 집을 과시하는 아이비에커네 가족에게 다소 위화감을 느낀 듯 약간은 불편했다고 한다. 

 

 

집을 떠나며

 플로프와 우리가 준비해 간 초콜릿 무스케이크를 다 먹고 나니 식탁은 빈 접시들로 빼곡했다. 나도 아줌마로 집에 손님을 많이 초대해보았기 때문에 손님이 가고 나서, 정리가 무척이나 오래 걸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터라, 빈 접시를 회수해서 주방으로 나르기 시작했다. 물론, 손님은 무슬림 문화에서는 그저 먹고 마시고 즐기면 된다는 걸 알지만, 혹시 내가 이런 걸 돕는다는 게 문화적으로 용납이 되는지 안 되는지 알 수 없지만, 그저 손님이 가고 나서 고생할 이 집 여자들을 생각하면 설거지라도 해주고 가고 싶었다. 여기는 남자들이 집안일을 아예 안 하는 구조인지 내가 그러건 말건 남자들은 멀뚱이 식탁에 앉아있었는데, 그때 아이비에커가 말했다.  "오, 예의바른 아이네(好孩子). " 나를 향해 아이비에커가 뱉은 단 한마디 칭찬이었지만 무슬림에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인권이 낮다는 걸 그 순간 여실히 느꼈다. 孩子라는 중국말은 절대 동등한 관계에서 쓰는 말이 아니라, 자기보다 낮은 사람에게 칭찬할 때 쓰는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주방에 가보니, 손님과 거의 겸상하지 않고, 식사 내내 손님의 밥상을 차려주고 날라주었던 아이비에커네 어머니와 아이비에커네 와이프, 그리고 와이프를 도와주러 옆집에서 건너온 사촌 남자 학생이 거기 부엌에 서서 케이크를 조금 잘라 먹고 있었다. 그릇을 개수대에다 내려놓으며 설거지를 못 도와드려 죄송해요, 다 맛있었어요. 라고 몸짓으로 이야기 하니 대충 알아듣고 고마워했다.

 아이비에커네 식구들은 엄마와 나를 위해서는 우즈베크 전통 문양이 그려진 스카프를 주원이를 위해서는 러시아말을 하는 고양이 인형을 선물로 주었다. 가뜩이나 짐도 많은데, 배낭여행객 입장인 우리한테 이렇게 큰 인형을 주다니 정말 난감했지만 그래도 고맙게 받았다. 

 

 성제 오빠와 우리 식구들은 더 늦기 전에 바허의 차를 타고 아이비에커네 집을 떠났다. 

 바허는 중국어 할 때는 순한 양이었는데, 바허가 성제 오빠에게 우즈베크어로 이야기를 하자, 성제 오빠는 바허가 이렇게까지 말을 빨리 하는 아이인지 몰랐다면서 놀라 했다. 바허는 웃을 때는 정말 순하고 착했는데, 운전대는 확확 상남자처럼 운전해댔다. 

  내가 알던 순둥이 바허와 까불한 귀염둥이 아이비에커는 어디갔나. 내가 서안에서 만났던 아이비에커와 바허에 대해서 사실은 잘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