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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르겐치 공항 밖으로 나가자 갑자기 수많은 택시기사 아저씨들이 우리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태울 승객들도 얼마 없겠다 남은 승객인 우리를 서로 모셔가려고 난리였다. 
 "히바? 하우머치?", "히바. 레츠 고우."
 타슈켄트에서 전혀 볼 수 없던 택시 호객행위를 다시 당하게 되니 머리가 띵했다. 
 "우르겐치 리얼호텔, 하우머치?"
 나는 tourist information센터에서 집어 든 리얼 호텔 브로슈어를 택시 아저씨들에게 들이밀었다. 
 "Fifty Thousands Sum okay?"
 택시 아저씨는 오만숨, 우리나라 돈 5896원에 달하는 금액을 때렸다. 정말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택시 흥정을 안 해도 될 줄 알았다. 
 "No, One Thousand."
 내가 단호하게 말하자 택시기사 아저씨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절대 안 깎아주려고 했다. 나는 엄마 핸드폰으로 리얼 호텔에 전화해서 사정을 얘기하고 택시 아저씨와 흥정을 좀 도와달라고 했다. 리얼 호텔에서 어떻게 헀는지 결국 우리는 여전히 비싼 금액이지만 2만 숨에 리얼 호텔에 갈 수 있었다. 
 
 정말 놀라운 더위였다. 택시흥정을 하는데도 내 몸의 모든 수분이 증발해 버리는 건 한증막의 날씨였다. 이곳은 도시이기 이전에 사막이었음이 확실했다. 습하지 않아서 찝찝한 건 없었지만, 뜨거운 직사광선을 온몸으로 받으니 쉽게 지쳤다. 흥정에 성공한 택시에서도 당연히 이 날씨에 에어컨도 나오지 않았다. 10분도 안 돼서 우리가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리얼 호텔이 나왔다. 그나마 외관은 번듯했으나, 주변에 그럴싸한 슈퍼나 식당 하나 없어 보였다. 

 "진짜 웃기는 얘기 하나 해줄까?"라는 말 뒤에 나오는 애기는 절대 안 웃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나?
 '리얼호텔'이라는 이름도 얼마나 호텔답지 않길래 리얼하다고 자신의 이름을 붙였어야 했을까. 에어비앤비만 믿고 가장 저렴한 가격에 우르겐치 숙소를 예약했지만, 정말 호텔스럽지 않은 경험을 선사한 호텔이었다. 

real hotel외관


  번듯한 외관과 달리 로비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로비에서 줄담배를 피우는 청년 4명이었다. 얼마나 많이 피우고 있었던지 로비의 공기가 뿌앴다. 우리가 여행가방을 메고 로비로 진입하니 그중 한 청년이 카운터로 미적미적 카운터로 걸음을 옮기며 당신이 아까 전화한 그 사람이냐고 영어로 말했다. 주원이와 엄마를 담배연기가 그나마 없는 로비 한 구석 의자로 피신시키고 나는 내 핸드폰에서 에어비앤비에서 결재된 내역을 보여줬다. 청년은 그걸 보더니 자신의 턱수염을 한참 만지다가, 자기 친구들과 우즈베크어로 토론을 시작했다. 도대체 사람을 로비에 세워두고 무슨 토론이 이렇게 길까? 담배 피우는 청년들은 긴 토론 끝에 의견을 모았는지, 드디어 리셉션 가까이 선 청년이 입을 뗐다.

 "우리 호텔은 에어비앤비를 쓰지 않아요. 에어비앤비 취소하고 현금으로 내세요."

이게 무슨 말인가. 나는 이미 에어비앤비에 돈을 다 냈고, 당일 취소도 되지 않는다. 에어비앤비를 안 쓰면 호텔을 에어비앤비에 등록하지 말 것이지 정말 어이가 없었다.

 "당일 취소 안 되요. 그럼 에어비앤비에는 왜 등록해놓은 거예요?"

 "그건 몇 년 전에 아는 형이 에어비앤비 등록해줬는데 우리는 어떻게 된 건지 모르고, 돈도 어디로 입금되는지 몰라요. 몇 년 전에도 에어비앤비로 등록해서 온 손님 있었는데 정말 곤란했어요."

 이 사람 사정도 정말 딱했다만, 우리도 3만 원 돈을 내고, 30분 전 우르겐치에 뚝 떨어진 상황인데 우리 보고 어쩌란 말인가.

 "저희는 돈 냈고요. 그건 아는 형이나 에어비앤비랑 해결하셔야 할 것 같아요."

 "우리는 그 형 연락처를 몰라요. 에어비앤비 연락처도 모르고요. 에어비앤비 연락처 아시면 좀 줘보세요."

음, 첩첩산중... 이를 어찌할꼬. 나는 로비 와이파이를 연결하고, 줄담배를 피우는 청년 4명 옆 구석에 앉아 에어비앤비 해결센터에 채팅으로 사정을 얘기했다. 그러자, 한국인 에어비앤비의 응답이 바로 오긴 왔다.  

 역시 예상한 대로 우즈베키스탄어를 할 수 있는 에어비앤비 직원은 없었다. 

 에어비앤비 측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해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호스트 전화번호로 전화도 걸었지만, 그 아는 형의 연락처로 등록이 되었는지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내가 호텔 브로슈어를 사진 찍어서 현재 리얼 호텔 전화번호로 연락 줄 수 있냐고 에어비앤비에 요청했지만, 에어비앤비 측에서는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호스트 전화번호 외에는 전화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연락이 왔다. 그러다 한국 퇴근시간이 되어 나의 에어비앤비 요구사항은 다른 담당자로 이관되었다. 이제 무한대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에어비앤비랑 여러모로 분쟁처리를 하고 있는 사이, 줄담배 피우는 청년 넷은 계속해서 줄담배를 피워가며 발을 동동 구르며 핸드폰만 붙잡고 있는 나를 한 번씩 쳐다보았다. 그들은 나를 보면서 계속 우즈베크어로 토론했다. 어두컴컴한 호텔 안쪽에서는 담배연기를 피해 주원이와 엄마가 앉아있었는데, 주원이가 약 1시간 정도 지나자 싫증을 느끼기 시작했는지 엄마가 핸드폰으로 뽀로로를 틀어주기 시작했다. 

 

 "에어비앤비에서 호텔에 전화할 수 없다고 해요. 제가 에어비앤비에 환불 요청을 하거나, 호텔에서 그 에어비앤비에 등록했다는 아는 형 연락처를 어떻게든 알아봐 주세요."

 나는 궁지에 몰려 줄담배 피우는 청년들을 향해서 말했다. 청년 중 영어를 제일 잘하는 것으로 보이는 청년이 일어났다. 

 "하루만 잘 거라고 했죠? 일단 여권 줘보세요. 하루는 그냥 재워드릴게요."

 청년 4명은 우리를 두고 토론한 결과 골치도 아파지니 그냥 공짜로 재워주기로 한 모양이었다. 나는 에어비앤비에 돈을 냈지만, 오히려 호텔에서는 나를 공짜로 재워준다고 선심을 쓰는 꼴이 되었다. 에어비앤비는 퇴근해서 더 이상 연락이 되지 않았다. 참으로 황당무계한 상황이었지만, 줄담배 피우는 청년 4명이 운영하는 호텔 측에서도 손해 보는 상황인지 영 탐탁지 않아했다. 우르겐치가 나에게 남긴 첫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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