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답답했던 부하라의 첫날(2) : 호텔 찾아가는 길에 용접똥을 맞다.

호텔 찾아가는 길에 용접똥을 맞다.

 유아차를 끌고 진입한 부하라성의 넓은 광장은 온통 철제의자에 하얀 천을 덮어 씌워진 수 십개의 행사의자로 꽉 차 있었다. 무대도 설치되어 있는 걸 보니 아마 오늘 저녁에 이곳에서 행사가 진행될 예정인 듯했다. 저녁 즈음에 다시 나왔을 때 지켜본 행사로는 경찰 내부 행사인 듯했다. 히바에서도 드넓은 광장에서 경찰 내부 행사를 하면서 상을 주더니, 부하라에서도 또 경찰 행사였다. 우즈베키스탄에서 경찰의 위상은 얼마나 높은 것이기에 이렇게 문화재 한복판에서 대규모 행사를 하는 것일까? 아무튼 유아차를 끌고 거대한 백팩을 메고 있는 우리로써는 경찰 행사를 위해 광장에 쫙 펼쳐져있는 철제의자가 보행의 거대한 걸림돌이었다. 게다가 돌바닥에 유아차가 계속 걸리기 때문에 한 보씩 걸을 때마다 삐그덕 될 수밖에 없었다. 

 수 백개의 의자들을 통과하는 수고로움을 끝낸 끝에 나는 휴대폰을 들어 다시 방향 체크를 했다. 사전에 미리 다운받아놓은 Maps.me를 보아하니, 커다란 건물을 가로지르면 1분 만에 우리 숙소 위치에 도달할 수 있었다. 커다란 건물에 들어서니 그곳을 관리하는 관리인이 우리를 막아섰다. 이곳은 관광지이기 때문에 돈을 내라고 하였다. 가격은 일인당 2달러 수준이었다. 이미 그 가격을 지불한 외국인 무리가 우리가 못 알아들었을지 걱정했는지, 표 가격을 영어로 한번 더 통역해줬다.

 

 우리는 바로 그 건물에서 나와서 숙소로 뺑 돌아서 들어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부하라성 뒤 골목길로 진입하니 갑자기 하늘에서 주황색 별들이 떨어졌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헬멧도 쓰지 않은 남자 하나가 전신주에 고목나무 매미처럼 매달려 전신주를 수리 중이었다. 수리공의 최소한의 안전도 보장이 안 된 상태인데, 행인들을 위한 '접근금지' 팻말을 기대하는 건 너무 많은 요구사항이었나 보다. 우리가 헤매고 있는 걸 보자, 전신주 수리공의 동료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우리를 호텔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이끈 방향으로 2분 정도 걸어가니 그곳에는 정말 우리가 찾던 호텔이 있었다. 그곳은 방이 3개밖에 없는 아주 작은 호텔이었다. 진입로에 급격한 경사의 계단이 있어 낑낑대고 유아차를 끌어올리니, 나와 사전에 왓츠앱으로 영어 소통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청년이 유아차를 위에서 끌어줬다. 이런 정도의 급경사라면 매번 외출할 때마다 유아차를 꺼내는데 엄청난 수고를 겪을 것이 분명했다. 
 에어컨이 빵빵한 방에 들어가 깨끗한 침대에 누워 티비를 켜자마자, 긴장감이 모두 녹아내리면서 피곤이 몰려왔다. 밥이고 뭐고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