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성제오빠와 택시기사 아저씨는 우리를 악수(Aksu)온천에 내려다 주고 자신들은 더 산위에 있는 다른 온천으로 향했다. 성제오빠는 수영복을 입고 서로를 만나는게 대놓고 민망하다고 했다. 우리가 민망해하기도 전에 성제오빠는 먼저 민망해 하며 밤 9시 30분에 만나자고 하고 헤어졌다. 

 악수 온천은 산 속에 위치한 야외 온천이었다. 예전에 엄마와 함께 일본 온천에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일본 온천은 자연속 고즈넉함과 조용함이 있다면, 악수 온천은 험준한 산속 온천 가족 파티장 같았다. 넓직한 4개의 온천욕장에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1살도 채 안 되어 보이는 아기들은 애처 수영복도 준비하지 않은 채로 아빠 품에 꼭 안겨서 온천장에 들어오기도 하고,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가족들과 함께 온천장에 입수했다. 일부 무슬림 아내들은 노출을 꺼리는 모양인지 탈의하지 않고 온천장 옆 벤치에서 아빠와 아이들을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며 기다리기도 했다. 

 온천 매표소는 매점을 겸한 식당 계산대에서 했다. 계산대 하단에는 "온천에 20분 이상 들어가지 마시오."라고 크게 러시아어로 써져있었다. 그저 따뜻한 온천으로 보이지만 이곳은 라돈 온천이어서 긴 시간을 사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어서 그런 것 같았다. 매니큐어로 멋지게  손톱을 관리한 아주머니께서 우리가 얼마인지 잘 못 알아듣자, 유창한 영어로 가격을 얘기해주었다. (그 당시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한 사람당 한국돈으로 4000원 정도의 가격이었던 것 같다. ) 계산을 하니 탈의실 캐비닛 열쇠와 파란색 머리 감싸개를 주었다. 

온천에 20분 이상 들어가지 마시오

 

 탈의실에 가니 북적이는 것이 꼭 시장통 같았다. 키르기즈스탄 아줌마와 할머니들, 소녀들이 탈의실에서 각자 옷을 갈아입느라고 부산했다. 우리도 한 구석에서 래쉬가드를 갈아입고 악수 온천에 나섰다.  바깥 바람은 쌀쌀하고 산공기는 신선하고, 물은 적당히 뜨거웠다.  키가 작은 주원이는 입장하는 계단에서 몸을 반쯤 담군채 그 곳을 벗어나지 못했는데, 다른 키르기즈 아이들도 물이 무서운지 계단에서 쪼르르 앉아 손으로 물만 조심스레 만진채 온천욕을 하는 어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키르기즈스탄 아저씨와 할아버지들은 고기를 많이 먹어서 그런지 몸집이 마치 불곰같이 크고 단단했다. 온천풀장 옆으로는 회색빛 설산에서 내려오는 폭포가 웅장하고 힘차게 내려오고 있었다. 검정색 하늘에는 아름다운 달이 떠있고, 밤이되어 검정색이 된 산들은 병풍처럼 우리를 감싸고, 물은 따시고... 예전에 비싼 돈 주고 일본 온천시설을 이용한 적 있었는데, 문득 중앙아시아 악수 온천도 일본 온천에 비견되는 것 같았다. 

악수온천에서

약속한 시간이 되어 성제오빠를 만나 택시를 타고 출발했다.  무섭다고 온천에 안 들어갈 꺼라는 주원이는 온천이 나쁘지 않았는지 재미있었다고 했다.  10시경이 되자 길들이 모두 깜깜해져 칠흙빛 어둠이 우리를 감쌌다.  몸도 노곤하고 이제 집 가서 수영복이나 말리고 자야지 싶었는데, 성제오빠는 잠깐 택시기사 아저씨네 들렀다 가자고 했다. 주원이의 눈이 점점 감기고 있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