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2022년 현재 키르기즈스탄까지 가는 직항은 없기 때문에 우리는 알마티 공항에서 2시간 대기하였다. 7시간 만에 알마티 공항에서 내려 탑승 대기실에 가보니 좁디 좁은 대기실은 꽉 차있었는데, 그 중 절반이 조지아로 가버리고 나니 남은 사람들은 키르기즈스탄으로 가는 한국교민 반, 한국에서 일하다가 귀국하는 키르기즈인 반이었다. 지금까지 내 인생은 자발적인듯 했지만, 큰 맥락에서는 크나큰 시스템 안에서 물 흐르는 대로 흘러왔다. 대학갈 때 대학 갔고, 부랴부랴 취직했고, 결혼 적령기에 결혼도 했다. 시스템 안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버둥버둥 살아온 삶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키르기즈스탄에 가려고 알마티 공항 대기실에 있다. 그것도 친정엄마랑 5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내가 드디어 시스템 안에서 탈출했다고 보는 게 맞는 것일까? 알마티 공항에 오자, 성제오빠의 권유에 정말 내가 별 생각없이 시스템에서 드디어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마티에 도착해서

 알마티 공항의 날씨는 변화무쌍하였다. 쨍하고 맑게 빛나던 하늘은 순식간에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를 내리기 시작했다. 대기실에 멍하니 앉아있다가 날씨 구경하느라고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 날씨에 비행기 이상없이 뜰 수 있는건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폭우 때문인지 부산하던 대기실은 어느새 조용해지고, 키르기즈스탄 교민들은 어느새 여행객으로 보이는 우리에게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하나 둘씩 말을 걸기 시작했다.

 "키르기즈스탄 여행온거에요? 애랑 엄마 모시고?"

 "러시아말은 할 줄 알고? 키르기즈어는?"

 "얼마나 여기 있는거에요?"

 "아는 현지인은 있고?"

 러시아어도 못하고, 아는 현지인도 없고, 무계획에 3개월을 계획하고 있으며 가족까지 동반한 우리에게 교민들은, 키르기즈스탄은 여행하기 쉬운 나라는 아니라며,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자신의 명함을 주거나, 도움 받을 한국 식당을 소개시켜주기도 하였다. 도대체 얼마나 여행하기 힘든 나라길래 다들 우리에게 동정 섞인 따뜻한 시선을 건넬까? 교민들의 우려 속에 키르기즈스탄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져갔다. 

알마티에서 다시 비쉬케크로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