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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시간을 포함하면 장장 10시간이 걸린 여정이었다. 비쉬케크 공항에 도착하여, 2개 캐리어, 2개 배낭, 1개의 유아차를 끌고 공항 밖으로 나오니, 생각치도 못하게 성제오빠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몇 주전에 성제오빠가 카카오톡으로 '비행기표 좀 보내봐라.'라고 메시지가 온게 마지막 연락이어서 마중 나올지 전혀 예상하고 있지 않았다. 언제 얼만큼 우리와 같이 있을꺼냐고 사전에 물어보았지만, '와서 얘기하자. 일단 와.'라는 답변이 전부였다.
성제오빠는 자주 입는 카키색 후드잠바와 청바지, 빛이 바랜 곤색 야구모자를 쓰고 또 책이 가득 들어있는 검정배낭을 메고 거기 있었다.
"성제오빠!!!!!!!!!!"
반가움에 소리를 지르니 현지 택시기사들이 웃으며 나의 '오빠'소리를 따라했다. 성제오빠는 우리가 가져온 짐더미들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짐을 쳐다보고 있는 성제오빠에게 나는 말했다.
"오빠. 다 먹을꺼에요."
성제오빠가 잡아둔 허름한 택시에 짐을 힘겹게 싣고 시내로 향하는 도로로 들어서자, 눈 앞에 파아란 하늘과 하얀 설산이 눈앞에 펼쳐졌다.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라더니 진짜네요."
엄마가 감탄했다. 저녁 7시가 넘어서고 있는데도 아직 해가 지지 않았다. 여름이라 일몰이 8시 30분경이라고 했다.
"어머니 오신 날이 운이 좋으세요. 평소에는 이렇게까지 잘 보이지 않고, 매연으로 공기가 안 좋습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설산을 도시에서 볼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키르기즈스탄의 첫인상이 압도적이었다.
"은주야. 지금은 설산 보고 와~ 하며 놀라지. 키르기즈스탄 어디서나 설산을 볼 수 있어서, 여행하다보면 저런 풍경 정도는 놀라지도 않게 돼."
성제오빠는 자신의 권유로 오게 된 우리가 매우 좋아하자, 덩달아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우리가 잡아놓은 에어비앤비와 성제오빠가 묵고 있는 도미토리형 호스텔은 이웃한 건물에 있었다. 성제오빠가 우리의 에어비앤비를 배려해서 호스텔을 잡은 것도 아닌데 기분 좋은 우연이었다. 하루 4만원 짜리 숙소라 키르기즈스탄 물가 치고는 비싼 가격의 단독 주택이었는데, 미니 축구도 가능한 잔디밭과 해먹, 낡고 포근한 침대와 간소한 조리시설이 우리를 반겨주는 숙소였다. 밤 8시 30분이 되서야 우리는 현지 식당에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그 날 밤 나는 숙소에 돌아와, 친구들 및 내가 그만둔 회사 사람들에게 나의 도착소식을 남기기 위해, 인스타그램에 한국어로 기록을 남겼다.
[키르기즈스탄에 안전하게 도착했어요^^]
친정엄마와 주원이가 키르기즈스탄에 도착해서 비행기를 내리는 짧은 동영상과 함께였다.
그런데, 그 다음날 그 동영상에 정말 예상하지 못한 댓글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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