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기스탄에서 비비하눔까지 이어지는 타슈켄트로드는 깔끔한 기념품샵과 고풍스러운 음식점, 고전적이면서도 잘 정돈되어 있는 거리로 그야말로 한국의 인사동 같은 느낌을 주었다. 가로수가 풍성해서 그늘을 많이 만들어주니, 유아차를 밀면서 걸어도 지치지 않았다. 중앙아시아에 온 후로 처음으로 고생이 아닌 관광하는 느낌을 받았다. 타슈켄트로드의 중간에 위치한 비비하눔 모스크 앞에 가니, 널따란 돌난간에 서양에서 온 남자배낭여행자가 잠시 배낭을 놓고 책을 읽으며 쉬고 있었다. 우즈베키스탄 도착한 후로 배낭여행자를 너무 못 본 탓일까. 멀리서 그를 지켜봤지만, 나도 배낭여행자로서 그의 존재가 너무 반가웠다. 저 사람은 러시아어를 할까, 나도 그렇지만 도대체 뭔 깡으로 중앙아시아에 배낭여행 왔을까 생각하며, 책을 읽는 그..

레기스탄 바로 옆에 위치한 호랑이공원(Йўлбарслар Боғи)은 평일 한낮인데도 불구하고 시민들로 가득했다. 우즈베키스탄식 샌드위치를 가득 실은 행상을 비롯해서 잡동사니를 파는 잡상인들이 규칙 없이 흩어져있었다. 중앙아시아의 집시, 루리(Lyuli) 공원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는 여러 명의 여자들이 계단에 걸쳐 앉아 무리 지어 함께 팔찌를 팔고 있었는데, 바닥에는 천 하나를 깔고 가지고 온 팔찌를 모두 펼쳐놓았다. 여자 중 하나는 젖먹이 아이를 안고 있었는데, 아이를 안고서 우리에게 팔찌를 들이대는 애기엄마가 안타까워 자꾸만 쳐다보게 되었다. 자세히 보니 여자들의 생김새가 우즈베키스탄에서 보던 현지인들보다 얼굴이 더 검었다. 모두 머리에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지만, 이마저도 히잡하고 좀 거리가 있어 보..

사마르칸트의 채식식당 우즈베키스탄에서도 HappyCow가 날 구원해 주었다. 사마르칸트에는 총 4개의 채식 가능한 식당이 있다. 외국인들의 끊임없는 요구를 받아들인 식당이 점진적으로 채식지원가능한 메뉴를 도입한 것 같았다. 사마르칸트에 앞서 방문해 식당에 채식으로 주문했을 선배 채식인들에게 새삼 감사했다. 알리셰르 나보이 공원 바로 앞에 있는 Old city restaurant가 그중 하나였다. 외국인이 많이 오는지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보지 못했던 영문메뉴판이 상세히 준비되어 있었다. 식당에는 현지인은 하나도 없고, 외국인 몇 명만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와 주원이는 여기서 중앙아시아식 볶음밥인 플로프와 만티, 샐러드를 시켜 먹었다. 샐러드가 만티와 플로프의 느끼함을 그나마 잡아주었다. 사마르칸트의 공자아..

주원이를 데리고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알리셰르 나보이 공원이었다. 한국은 놀이공원이라고 따로 분류되는 곳에 놀이기구가 배치되어 있는 반면, 중앙아시아에서는 놀이공원이 따로 존재하기보다는 시민들이 즐기는 공원에 기차, 회전그네 같은 놀이기구들을 배치해두는 경우가 많았다. 입장료는 따로 존재하지 않고, 이용하기를 원하는 놀이기구에 현금으로 개별 지불하면 되었다. 알리세르 나보이 공원에 막 도착했던 오전 10시경, 놀이기구는 모두 아직 잠에서 깨지 않고 있었다. 우리가 기웃기웃 거리자, 헐렝이 티셔츠를 걸쳐 입은 놀이기구 담당자가 잔디밭에 앉아있다가 무심히 나타나 느릿느릿 전기스위치를 켰다. 평일 오전 10시, 더위가 이미 찾아온 사마르칸트 공원에는 기차를 타겠다고 나선 관광객은 우리뿐이었다. 주원이는 만숨..

사마르칸트 3일 차, 엄마는 아침부터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셨다. 밤새도록 기침을 하시더니, 허리가 쑤셔서 거동이 힘들다고 하셨다. 감기약을 아무리 먹어도 소용이 없었다. 여기 사마르칸트 사람들은 아프면 러시아에 병원 찾으러 가는 판국에, 말도 안 통하는 내가 여기서 도대체 엄마께 뭘 해드릴 수 있을까. 일단 오늘은 주원이를 데리고 나가 엄마께 온전한 휴식을 드리는 게 최우선이었다. 엄마에게 말씀을 드리진 못했지만, 이렇게 상태가 악화되기만 하면, 타슈켄트에서 엄마가 조기 귀국하셔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아침을 먹고 나서 주원이와 사마르칸트에서 저녁 늦게까지 안 들어오는 것을 목표로 유아차를 끌고 무작정 나갔다. 첫날 사마르칸트에 도착했을때만 해도, 사마르칸트가 무지하게 크다고 겁먹었었는데..

레기스탄을 1시간 동안 관람한 후로 엄마의 컨디션은 급속도로 안 좋아졌다. 택시 뒷자리에 탄 엄마는 계속해서 콜록대시며 기운이 없는지 눈까지 감아버렸다. 아지즈는 우리를 영묘들이 모여있는 구르 아미르 광장과 샤이진다에 차례대로 데리고 갔는데, 모두 아지즈의 인맥으로 무료 입장할 수 있었다. 구르 아미르 광장에서 매표소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 아지즈를 보더니 손을 내밀며 아지즈에게 다가왔다. 아지즈 역시 아살람 알레이쿰이라고 인사를 건네더니 오른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고 왼손으로 그 사람과 포옹을 했다. 그 사람은 바로 아지즈의 처이모부였다. 아지즈는 처이모부에게 자랑스럽게 우리를 우즈베크어로 소개했고 우리는 이곳도 무료로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 아내의 친척이에요. 지난 주에 같이 술 마셨어요." 본래 무..

아지즈는 약속한 시간보다 일찍 호텔 앞에 와서 전화했다. "누나, 저 왔어요. 어디세요?" 어제저녁에 택시에서 처음 봤을 뿐인데, 어제에 이어 아침부터 '누나'가 시작되었다. 나는 누나라고 불리우는게 전혀 어색하지 않은 척 쿨하게 인사를 하며 택시를 탔다. 아지즈가 우리를 데리고 간 곳은 레기스탄이었다. 레기스탄의 입장료는 성인 외국인의 경우 4만 숨, 우리나라 돈으로 어림잡아 4500원 정도 되었는데, 외국인과 내국인의 입장료를 차별하지 않는 한국문화재 입장료 문화에 익숙한 나로서는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었다. 더구나, 우즈베키스탄 물가와 비교해보면 외국인을 호구로 보는 게 분명했다. 비싼 입장료 때문일까? 어쩐지 인스타그램에 레기스탄 검색해보면 레기스탄 입장도 하지 않은 채, 레기스탄 전체가 조망되도..

외국인노동자 출신 아지즈 한국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얀덱스로 택시를 불렀다. 사마르칸트는 역시 대도시라서 히바 도시 전체나 부하라기차역 부근에서 통하지 않던 얀덱스 택시가 바로 잡혔다. 하얀 쉐보레 택시가 식당 앞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유아차를 가지고 있는 걸 보고 택시기사 아저씨가 트렁크에 실어주려고 택시에서 내렸다. "한국 사람 맞죠? 한국식당에서 나오는 거보니 맞네요." 영락없이 우즈베키스탄 현지인처럼 생긴 분홍색셔츠 입은 택시기사 아저씨가 한국말을 너무 잘하시는 게 아닌가. 택시기사 아저씨인 아지즈(Aziz)는 알고 보니 안산에서 외국인노동자 비자를 받아 농사일을 오래 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만 8년을 일하고, 돈은 여기로 다 부쳤다고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비자가 나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사마..
- Total
- Today
- Yesterday
- 우즈베키스탄
- 타슈켄트기차박물관
- 유아차수리
- 곡식가루
- 아이와함께여행
- 초르수시장
- 우즈베키스탄여행
- 중앙아시아
- 사마르칸트
- 한며들다
- 키르기즈스탄
- 밥상살림농업살림생명살림
- 사마르칸트유대교회당
- 해외여행
- 아이와여행
- 히바
- 국제연애
- 첫사랑
- 통역
- 카라콜
- 부하라
- 전남친
- 물품모니터링
- 재회
- 타슈켄트
- 키르기스스탄
- 우르겐치
- 비쉬케크
- 타슈켄트한의원
- 한살림남서울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