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라콜 시내관광을 마치고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까지 가는 길에 푸시킨 공원을 들렀다. 푸시킨 공원은 "원하는건 모두 다있어. 다만 허름할 뿐이야."라는 인상을 주었다. 정말 공원이 제공할 수 있는 모든 기능들이 다 있었다. 기본적으로 가족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들이 나무들이 제공하는 그늘 아래 여기저기 배치되어 있었다. 일부 벤치는 약간 망가진 채로 오래 방치되었을 뿐이다. 또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기구도 있었다. 다만, 우리가 기대한 대관람차는 완전 망가져서 작동을 안 하고 언제 수리될 예정인지 기약이 없을 뿐이다. 우리는 가보지는 않았지만 심지어 이곳에는 동물원도 있다고 했다. 또,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방치되어 있는 넓은 운동경기장 같은 것도 있었다. 공원 곳곳에 여러 조형물들이 소련느..

성제오빠가 우리를 데려간 숙소는 둥간족 할머니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숙소였다. 둥간족은 무슬림 박해를 피해 19세기경 소련 지역으로 이주한 회족을 의미한다. 집안을 들어서니 확실히 나무를 이용한 중국식 건축양식을 따랐고, 목조 자체의 무늬도 중국풍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둥간족 할아버지가 가꾼 텃밭이었다. 그동안 키르기즈스탄에서 봐온 텃밭은 잡초가 무성하고 손길이 덜 간 느낌이었다. 언뜻 보면 텃밭을 할 의지가 있는것인지, 방치해둔 것인지 헷갈리는 텃밭이 많았다. 그런데 둥간족 할아버지의 텃밭은 시멘트로 경계가 깔끔하게 져있고, 잡초 하나 없었다. 정말 말 그대로 한국식 텃밭 그 자체였다. 이것은 키르기즈스탄에서 그동안 봐온 모호한 텃밭과 차원이 달랐다. 이 분들이 사용하시는 둥간어가 중국어에서 기..

우리의 짐은 많아도 너무 많았다. 다 나의 중앙아시아 음식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채식주의자인 내가 빵과 고기가 주식인 중앙아시아에서는 먹을 것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강한 추측. 나의 추측일 뿐만 아니라 론리플래닛 중앙아시아나 채식주의자 여행 블로그에서도 한결같이 중앙아시아에서의 채식주의자는 정말 먹고 살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압력밥솥, 누룽지팬, 된장, 춘장, 다시마, 김, 마늘장아찌, 현미 뻥튀기 등 우리 가족 먹고 잘 살자고 챙긴 짐들이었는데, 성제오빠를 따라 여기 저기 다니려니 여긴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원래는 이런 큰 짐을 이끌고 촐폰아타의 경치좋은 숙소에서 쾌적하게 한달살기나 하고 집에 가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기에 짐이 많은건 출발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성제오빠는..

둘째날 눈을 떠보니 새벽 5시였다. 키르기즈스탄과 한국은 시차가 4시간이다. 우리가 눈 뜬 키르기즈스탄의 새벽5시는 한국의 아침9시였다. 시차적응이 전혀 안 된 상태였다. 어제의 그 우중충한 하늘은 저리 가고 해가 쨍쨍비추는 맑은 날이 되어 있었다. 아침을 먹기전 우리는 잠바를 껴입고 다리 건너 산중턱까지 약 1시간의 짧은 트레킹을 다녀왔다. 우리만 깨어있는줄 알았더니, 마을 여기 저기서 목동들이 말을 타고 소들을 이끌고 강가 공터로 오고 있었다. 소들은 공터에 도착해서 연신 소변과 대변을 보고 쉬고 있었다. 소들이 새벽 집합하는 공터 같았다. 아침을 먹고 성제오빠는 오후에 말을 빌려 평보 연습을 시켜주겠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승마연습을 하는데 40분 기준으로 9만원을 내야 하는데, 이 곳에서는 오후 내..

어릴 적 엄마를 따라 지리산 뱀사골 산장에 간 적이 있었다. 내일 등반을 앞두고 저녁에 도착한 뱀사골 산장은 자욱한 안개 속에 환하게 조명을 비추고 있었는데, 그 조명 때문에 환한 빛이 조금이라도 있기라도 하면 밤나방들이 그렇게 꼬였다. 내부에는 내일 등반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2층으로 된 나무바닥에 누워 침낭을 둘러싸고 일렬로 자고 있었는데, 남녀 구분이 없어 코고는 소리가 진동을 했다. 새벽에 일어나자 축축하고 서늘한 공기 속에 사람들은 바깥에서 라면을 끌여먹고 있었다. 키르기즈스탄 카라콜에서 약 2시간을 진흙길을 달려 도착한 산장의 공기가 딱 그 지리산 뱀사골 산장과 같았다. 거실 조명도 어두침침하고, 내부는 서늘하면서도 축축했다. 공기가 축축해서인지 거실에 있는 소파조차 시트가 보송한 느낌보다는 축..

비쉬케크 버스터미널에서 카라콜 가는 버스는 큰 심야버스는 규모는 컸지만, 우리 가족의 캐리어 2개와 배낭 2개, 유아차를 보자 기사 아저씨가 난색을 표했다. 그도 그럴것이 이미 기사 아저씨가 승객들의 짐 외에 실어 나르는 짐들이 이미 실려있어, 짐칸이 승객이 타기 전부터 거의 꽉찼기 때문이다. 이 캐리어 2개를 다 실으려면 추가 돈을 더 내라고 했다. 성제오빠는 체념하는 표정으로 나에게 "돈 더 내란다."라고 했다. 추가로 돈을 더 내니, 나의 캐리어는 버스 중간에 위치한 탑승계단에 실리게 되었다. 5살짜리 주원이가 심야버스를 잘 탈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주원이는 오히려 밤에 버스 타는게 무척 신난 모양인지 목베개를 끼고 연신 깜깜한 버스 밖을 쳐다보느라 신이 났다. 내 옆에 앉은 성제오빠는 하루..

성제오빠는 우즈베키스탄으로 곧 돌아갈 예정이기 때문에, 우리와 함께 있을 동안 자신이 키르기즈스탄에서 찾아낸 최고의 풍경으로 우리를 안내해주겠다고 했다. 2일만에 또 이동이라니.. 도합 40키로의 캐리어 두 개와 두 개의 백팩과 1개의 유아차와 주원이와 아름다운 비쉬케크의 에어비앤비를 생각하면, 어느 아름다운 풍경이라도 지금은 떠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성제오빠의 우리에게 잘 해주겠다는 순진무구한 사슴같은 눈망울을 바라보니 도저히 못 가겠다고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마음 속에는 아쉬움이 한 가득이었다. 오빠의 계획을 미리 알려줬더라면 이 좋은 에어비앤비를 5일이나 예약하지 않았을텐데. "오빠. 저희 5일 예약해뒀는데 그럼 2일로 조정해야겠네요?" "그래. 그러려무나." 성제오빠는 나의 마음은 모르고..

비쉬케크는 중앙아시아 여행의 적응기간을 갖기 위해 잠깐 머무는 도시라 생각하고, 첫째날은 늦게 일어나 시내 마트나 좀 다녀오고 환전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주원이가 장시간동안 걷지 못할 것을 우려해서, 5살이지만 유아차를 끌고 나갔다. 그런데 유아차를 끌기에 비쉬케크의 도로사정은 매우 불편했다. 일단 차도의 경우 버스가 다니는 주요 도로는 아스팔트 처리가 되어 있었지만 그 외 집과 주요 도로 사이를 연결하는 차도는 모두 흙길이었다. 유아차가 한번 지나가기만 해도 흙먼지가 잔뜩 일어났는데, 자동차가 지나기라도 하면 흙먼지를 들이 마실까봐 벽쪽으로 몸을 돌려 흙먼지가 가라앉기를 기다려야 했다. 게다가 흙만 있으면 다행인데, 통일 안 된 자연 그대로 크기의 돌들이 너무 많았다. 울퉁불퉁 유아차는 도로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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