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르겐치 공항 밖으로 나가자 갑자기 수많은 택시기사 아저씨들이 우리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태울 승객들도 얼마 없겠다 남은 승객인 우리를 서로 모셔가려고 난리였다. "히바? 하우머치?", "히바. 레츠 고우." 타슈켄트에서 전혀 볼 수 없던 택시 호객행위를 다시 당하게 되니 머리가 띵했다. "우르겐치 리얼호텔, 하우머치?" 나는 tourist information센터에서 집어 든 리얼 호텔 브로슈어를 택시 아저씨들에게 들이밀었다. "Fifty Thousands Sum okay?" 택시 아저씨는 오만숨, 우리나라 돈 5896원에 달하는 금액을 때렸다. 정말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택시 흥정을 안 해도 될 줄 알았다. "No, One Thousand." 내가 단호하게 말하자 택시기사 아저씨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절대..
우르겐치 공항에 내려 짐을 찾고 승객 대기실로 막상 나오니, 딱 분위기가 시골 버스터미널 승객 대기실이었다. 현지인들은 짐을 찾자마자 공항까지 데리러 온 가족들과 만나 뿔뿔이 흩어졌고, 대기실 의자에 남아있는 사람이라고는 양복 빼입은 한국인 아저씨와 우리뿐이었다. 비행기에서 현지인들과 친구가 되어 현지인의 집에 초대받는다는 나의 시나리오는 철저히 무너졌다. 우즈베크어와 러시아어를 못하니, 현지인들과도 좁혀지지 않는 거리가 유지되었다. 한국인 아저씨는 수차례 히바 지역으로 출장 온 듯했다. 반복에서 오는 무료함으로 얼굴이 이미 지친 상태였다. 아저씨는 딱 봐도 여행객인 우리에게 눈길도 한번 주지 않고,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휴대폰이나 보고 있었다. 아저씨는 분명 한국인이었는데, '나한테 말 걸지 마세요.'..

17년 만에 우즈베키스탄 친구들을 만나서 반가움과 충격 속에 허둥지둥했던 2일간의 타슈켄트 체류를 마치고 우리는 히바로 떠났다. 우리는 히바, 부하라, 사마르칸트를 거쳐 다시 타슈켄트로 올 예정이다. 타슈켄트에서 히바까지 보는 방법은 2가지이다. 첫 번째는 타슈켄트에서 사마르칸트, 부하라, 히바 순으로 타슈켄트에서 가까운 도시부터 보고 나서 히바에서 타슈켄트로 한 번에 돌아오는 방법, 두 번째는 타슈켄트에서 가장 멀리 히바부터 갔다가 타슈켄트로 돌아오는 방법이다. 아무래도 수도인 타슈켄트에서 멀면 멀수록 개발이 덜 되었을 확률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여 우리는 히바로 떠났다. 타슈켄트와 히바 사이에는 철로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기차를 타고 가도 되지만, 아무래도 체력 안배를 위해서 비행기를 타는게 좋다고 ..
바허네 집에서는 어른이 없다 보니, 드디어 동창생이자 동갑들 간에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어제 아이비에커네서 시종일관 힘들었던 것이 아이비에커의 아버지와 어머니 상대하느라 그랬던 걸까? 우리는 동갑들끼리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첫번째는 물가로 흘렀다. 우리 모두 가족 부양의 의무가 있는 나이가 되었다. "여기는 수박이 정말 저렴해서 엄마가 좋아하셨어. 여기는 10000숨(1182원)이면 수박 한 덩이 사잖아. 한국은 미국 달러로 18달러 정도(한국돈 23744원) 줘야 수박 큰 거를 사거든." 그러자 아이비에커가 한국이 너무 비싸다면서 자신도 모스크바에 있을 때 와이프가 먹고 싶은 과일이 있어도, 조금만 사다 줬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한국은 뭐든 비싸. 포도도 3송이에 한..

바허의 집에 가니 무려 4명의 아이들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바허의 아이들 2명, 바허 아내의 쌍둥이 자매 아이들 2명이었다. 바허 아내가 셋째를 임신 중이어서, 손님 접대를 도우러 바허 아내의 자매가 아이들을 데리고 집에 출동한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의 아파트는 손님 접대실이 가장 크다 외관을 보아하니 딱 우리나라 주공아파트 스타일이었지만 우즈베키스탄 아파트는 확실히 구조가 달랐다. 한국의 아파트는 거실 중심으로 방이 흩어져 있는 반면, 우즈베키스탄의 아파트는 복도가 각 방과 연결이 되어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긴 복도가 나오고, 첫 번째로 보이는 가장 큰 방이 손님 접대실이었다. 거실만한 크기의 손님 접대실에는 회사 대규모 회의실에나 있을 법한 거대하고 화려한 식탁이 있었는데, 적어도 20명은 앉을만한 규..

타슈켄트 응용미술박물관에 있을 때 아이비에커한테 연락이 왔다. "오늘은 바허가 집에 너네를 초청한다고 하거든. 이따 저녁에 내가 숙소로 데리러 갈게. 이따 봐." 바허한테는 5살 딸, 7살 아들이 있었는데, 그나마 주원이 또래의 친구가 있는 곳에 간다고 하니 반가웠다. 어제처럼 케이크를 살까도 생각했으나, 선물이 어제와 겹치면 안 될 것 같아 바허네 아이들 아동복과 초코파이 4 상자를 샀다. 7시경 아이비에커가 우리를 데리러 왔다. 어제는 하얀 차였는데, 오늘은 검은 차였다. 차에 관심이 많은 주원이가 먼저 반응했다. "아이비에커 삼촌 차가 오늘은 검은색이네?" 역시 쉐보레였다. "이건 내가 아버지에게 사드린 차야. 내가 어제 탔던 차가 고장 나서 수리 맡겨서 오늘은 이거 타고 왔지." 우즈베키스탄의 월..

아이비에커와 바허를 만났던 그날 밤, 나는 한숨도 못 잤다. 침대에는 누워있었으나, 엎치락뒤치락 난리였다. 잊고 살았던 과거가 뿅 하고 나타났기 때문일까? 아이비에커랑 있었던 하루 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벌어졌기 때문일까? 잘 사는 아이비에커에 대한 질투심 때문일까? 아이비에커네 가족들 사이에서 나는 너무나도 외로웠기 때문일까? 교감신경이 극대화된 모양인지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나도 내 마음을 도저히 모르겠는 밤이었다. 퇴사를 했고, 비행기를 탔고, 어쩌다 보니 아이비에커까지 만나게 되었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비몽사몽 한 기분으로 아침에 방에서 나와 정원으로 나오자, 이미 주인아주머니께서 숙소 정원에 물을 다 뿌려놨다. 그나마 물을 뿌려놔서 다행이지, 아침 공기부터 '나 오늘도 진짜 아주 ..

이태원 참사 이후 정말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내가 그곳에 있었더라면... 수많은 가정들이 제 머리속을 스쳐지나갔는데요. 제가 그곳에 있었더라도 군중 속에서 제 몸을 어떻게 보호해야 할 지 몰랐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찾아보았습니다. 군중속에 휘말리게 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BBC의 기사 말미에 적힌 '밀집 지역에서의 안전수칙'을 적어보았습니다. 1. 복싱자세처럼 손을 가슴 앞으로 해서 숨쉴 공간을 확보하기 Keep your hands in front of your chest "like a boxer" 2. 확고한 기반으로 서있으려고 노력하기 Try to maintain firm footing 3. 자신의 발로 땅을 지지하려고 애쓰기 Try to stay on 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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